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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

아이의 자존감을 결정하는 것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유가 있는 날보다 지쳐있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해야 할 일은 늘 정해져 있고, 시간은 부족합니다. 아침에는 출근 준비로 마음이 급해지고, 저녁에는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재워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과정이 '빨리 끝내야 할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의 나는 아이에게 웃지 않습니다. 대화는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목욕, 식사, 잠자리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만 말하게 됩니다. 아이의 반응이나 기분을 살필 여유보다는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이런 양육 방식이 반복될 때, 아이의 자존감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칭찬을 얼마나 받았는가보다, 부모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 경험'이 얼마나 있었는가와 더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시선 속에서 "나는 환영받는 존재인가", "내 감정은 중요하게 다뤄지는가"를 느끼는 경험이 자존감의 기초가 됩니다.

부모가 지쳐있을 때 아이에게 웃지 못하고, 아이의 감정보다 해야 할 일을 우선하게 되는 순간이 계속되면, 아이는 서서히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는 조용해야 사랑받는구나', '내 감정은 번거로운 것이구나'라는 인식입니다.

물론 이것이 단 한 번의 상황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하루의 태도가 아니라 반복되는 관계의 분위기 속에서 형성됩니다. 그래서 가끔 지쳐서 웃지 못한 날이 있다고 해서 아이의 자존감이 바로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모가 늘 바쁜 얼굴로 지시하고 재촉하는 역할만 하게 될 때, 아이에게는 관계의 온도가 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가 위축되거나, 더 과하게 보채거나, 부모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웃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경험을 아이에게 남겨주는 것입니다. 지쳐서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면, 조금 후에라도 "엄마가 많이 피곤해서 그랬어"라고 말해주는 것, 아이의 감정을 짧게라도 짚어주는 것, 그 자체가 아이에게는 중요한 메시지가 됩니다.

아이는 '부모도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지켜 나갑니다.

이처럼 아이에게 웃어주지 못한 날이 있다고 해서 그 하루가 실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다음에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바라보고, 한 문장이라도 마음을 건네는 경험이 아이에게 더 깊게 남습니다.